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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직업 `비잔티움 황제`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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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로마 황제의 직책과 권한(basileia/imperium)은 공적인 책무(leitourgia)로 간주되어 왔다. 그것은 곧 황제는 개인과 국가의 이해가 서로 충돌할 경우, 국가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황제의 결정들은 실효성을 지니지 못했다. 예를 들면 황후 에우도키아 마크렘볼리티사는, 황제 남편 콘스탄티노스 10세 두카스가 사망하기 직전에 자신은 결코 재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했다. 그러나 남편의 사망 후 어린 황태자를 대신해 국정을 이끌 경험 있는 남성 통치자가 필요한 상황에 놓이자, 그녀는 궁정대신들의 동의 하에 출중한 군사령관이었던 로마노스 4세 디오게네스와 재혼했다.69)


황제는 그의 직책을 이용해 개인과 자신의 집안을 위해서 물질적 이익을 취하지 말아야 했다. “제국을 관리한 그는 제국을 마치 자신의 사유 재산인 것처럼 유용했다.”70) 이 말은 안나 콤네노스가 황제 니케포로스 3세 보타네아테스를 두고 한 것이다. 부친이었던 알렉시오스 1세를 모든 황제들 중에 가장 관대한 자로 간주한 점을 고려한다면, 안나의 이러한 평가는 당연하게 보인다. 


또한 황제는 제국의 소유자(despotes)가 아니라 관리인(oikonomos)으로 자처해야 했다.71) 콤네노스와 앙겔로스 왕조 군주들은 이러한 영역에서 그의 전임자들에 비해 개혁적이었다. 황제들은 국가 공유지를 대규모로 사취하지 않았지만, 황제의 측근들은 파렴치하게도 황제와의 친족 관계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곤 했다. 예컨대 미카엘 4세의 형제들은 탐욕으로 낙인이 찍힌 사람들이었다.72) 미카엘 4세 황제는 형제들의 탐욕을 경고와 위협으로 막으려 노력했다. 아마도 황실 가문의 일원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엄중히 처벌되었을 것이다.


제국의 최고 통치자는 신민들에게 정의감을 드러내는 데 항상 고민해야 했다. 반란이 일어났을 때 황제들은 통치자의 기본 덕목인 박애(형제애: Philanthropia)를 드러내면서, 반란을 주동한 자에게 한때 베풀어준 선행들을 상세히 열거하는 데 노력했다. 


반면에 반란자들은 황제에게 보인 충성심의 대가가 미약함을 강조함으로써 그를 끌어내리려 했다. 프셀로스는 황제 콘스탄티노스 9세 모노마코스(재위: 1042-1055)에게 바친 찬양문에서, 반란자 게오르기오스 마니아케스가 황제로부터 받은 은혜에 얼마나 무심한 사람이었는지를 집요하게 꼬집었다. 다른 한편 프셀로스의 다른 저서 『연대기Chronographia』에는, 콘스탄티노스 9세 또한 마니아케스에게 반란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피하고 다른 선택을 하도록 배려함 없이 오히려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군주로서 서툰 행동이었음을 시인했다.73) 또한 알렉시오스 브라나스는 황제 이사키오스 2세 앙겔로스(재위: 1185-1204)가 친아들처럼 소중하게 아낀 사위였다. 그런데 알렉시오스가 반란을 일으키자 그것은 광기어린 행위로 간주되었고 새로운 ‘압살롬’으로 비난을 받았다(「사무엘하」 15장 1~12절).74) 당대에 저술된 문헌 사료에는 이러한 사례들이 매우 빈번하게 나타난다.


또한 황제는 신료들이 백성들에게 압제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했다. 실제로 황제의 이러한 책무는 이중적인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했다. 왜냐하면 황제는 모든 행정 분야에 임명된 관리들에게 모범의 대상이었으며, 모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 그것은 민중에게까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황제들이 가증스럽고 부당한 정책을 실행한다면 그들에게 종속된 관료들 또한 부당한 이익을 불법적으로 추구하기 마련이다. 종종 새로운 세금을 징수하는 세관들의 경우 더욱 그러했다. 심지어 이들의 부하들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군인들은 동족들의 재산을 강제로 탈취하고 외적들보다 악하게 행동했다.”75) 콘스탄티노스 9세 치세 궁정학자 마우로푸스 역시 심지어 같은 생각을 표현했다.


권력자들은 부당하게 그들의 권한을 행사하고 도를 넘어 선심과 이익 추구에 눈이 멀어 부당한 판결을 내렸다. 세관들은 우리를 수색해 강제로 생필품까지 털어갔다. 세력가들(dynastai)은 우리의 어깨에 멍에를 씌우고······ 우리를 동등한 사람(homodouloi)으로 취급하지 않고 마치 노예(douloi)처럼 우리를 질식시킨다. 이성을 잃은 민중은 권력에 복종하지 않고 오히려 지주와 관리들의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76)


또한 스스로 자신을 비판할 수 없는 존재인 황제는, 신민들이 겪는 부당한 처우를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자신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할 공직자들을 선발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따라서 민중의 눈에는 황제가 선발한 관료들의 부당한 행위들은 곧 황제의 잘못을 반영하는 것이었고, 그가 진 빚으로 간주되었다. 종종 관리들은 법을 어기거나 황제의 칙령을 존중하지 않고 그들의 권한을 남용했는데, 예를 들어 당대 관료였던 에우마테오스 필로칼레스는 빈자들에 대한 그의 악행 때문에 성(聖) 키릴로스 필로테오스로부터 엄한 문책을 받았다.77)


더 중요한 것은, 황제는 나무랄 데 없이 온전한 자들을 참모로 선발해야 했다. 특히 참모들이 자신의 친척들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황제 미카엘 4세는 그가 행한 큰 미덕으로 칭찬을 받았음에도, 그의 형제들의 탐욕스러운 행위들을 감시하지 못해 큰 비난을 받았다.78) 또한 니케포로스 3세 보타네아테스는 훌륭한 인격을 지닌 통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위에는 압제적인 참모 보릴과 게르마노스가 있었다. 후일 황제가 된 알렉시오스 1세 콤네노스는 니케포로스 3세의 안전을 지키지 않고 그에게 대적해 단호히 반란을 일으켰다. 그것이 보릴과 게르마누스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참주의 폭정을 종식시키는 유일한 방편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79)


마지막으로 황제는 보편적인 이익을 추구하되, 전통적인 사회 질서(taxis)를 유지하는 데 힘써야 했다.80) 따라서 현직에 있는 황제는 전임 황제들이 내린 법령과 이들이 임명한 관료들을 최대한 존중해야 했다. 프셀로스에 따르면 미카엘 4세가 남긴 유일한 공적은 “어떠한 개혁을 시도하지 않은 점(οὐκ ἐκαινοτόμησεν)"이었다. 즉 그는 “법을 개정하거나 전임 황제들의 칙령에 반하는 어떠한 칙령도 내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어떠한 원로원 의원(궁정 대신)도 좌천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81).


당대인들은 반란이나 폭동에 대한 개념을 참주(tyrannein)라는 용어와 더불어, 쇄신(kainotomein) 혹은 개혁(neoterizein)이라는 말로도 표현했다. 그것은 제국에서 정치적 쇄신이나 개혁은 항상 주동한 사람의 생각과 반대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82) 따라서 반란을 통해 제위에 오른 황제는, 무엇보다 자신이 세계의 질서를 위협하는 자가 아니라 무능하거나 압제적인 군주를 대신해 질서를 회복하는 자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로마 역사 전체를 통해서도 손꼽히는 폭군으로 군림했던 포카스를 몰아내는 헤라클리우스의 모습)


그런데 현실 정치에서 정부의 필요성 때문에 황제가 어떠한 기관을 창설하거나 폐지하는 경우, 황제의 혁신적 조치들은 여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평가되었다. 즉 황제의 지지자들이 공정한 결정으로 찬양한 개혁 조치(kainotomiai)들도, 정적들은 그것을 위험한 것으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신민들 역시 황제의 개혁 조치에 비판하는 정적들의 편에 설 수 있었다. 1081년 제위에 오른 황제 알렉시오스 1세는 아주 격렬한 여론의 저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긴 치세 동안 새로운 세원 창출을 위한 조세 개혁과 면세 특권 폐지를 강행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통치 체제를 완성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만약 참주로 전락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과감한 결단력으로 개혁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밀려오는 튀르크 군대의 침입으로 제국은 보다 일찍 멸망하고 말았을 것이다.83)



주석

67) Attaleiates, Historia, 262-263.

68) Michel Choniates, Ta sozomena, vol. 1, 164.

69) Attaleiates, Historia, 100.

70) Anne Comnène, Alexiad e, vol. 1, 66.

71) Zônaras, 766.

72) Zônaras, 597; Psellos, Chronographie , vol. 1, 58; Kekaumenos, Conseils et Récits , 286.

73) Psellos, MB 5, 137-138; Psellos, Chronographie , vol. 2, 3-4.

74) Michel Chôniatès, Ta sozomena , vol. 1, 246.

75) Attaleiates, Histoire , 195-196.

76) P. de Lagarde, ed., Iohannis Euchaitorum metropolitae quae in codice vaticano graeco 676 supersunt (Göttingen, 1882), 170 (no.185).

77) E. Sargologos, La Vie de Cyrille le Philéote moine byzantin (Bruxelles, 1964), 148.

78) Kekaumenos, Conseils et Récits , 286; Psellos, MB 5, 125.

79) Anne Comnène, Alexiade , vol. 1, 72, 59.

80) H. Ahrweiler, L’Idéologie politique de l’Empire byzantin (Paris: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1975), 129sq.

81) Psellos, Chronographie , vol. 1, 57.

82) Leon le Diacre, 31, 94, 95; Skylitzes, Synopsis, 428, 498; Psellos, Chronographie , vol. 1, 103.

83) Jean d’Antioche, Diatribes, 29, 31.


-황원호(2019), 「중세 비잔티움 제국 황제의 품격과 리더십: 10-13세기 로마 황제는 어떻게 정당한 군주로 만들어졌는가?」, 한국서양중세사학회-


출처: 네이버 부흥 카페 라리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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