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환경부가 과거 경유차 소유주로부터 한해 두번씩 걷어 모은 돈 가운데 4분의 1 가량 만을 대기질 개선에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환경부가 경유에 붙는 세금 인상을 주장하기 앞서 자기 곳간 씀씀이부터 먼저 구조조정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상하수도·국립공원·대기질 관리 등에 쓰이는 ‘환경개선특별회계’를 통해 올해 1778억원의 예산을 대기질 개선사업에 쓸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1807억원에 비해서도 29억원 줄어든 수치다. 4조원이 넘는 환경개선특별회계에서 대기질 개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3.8%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경유차 소유주가 한해에 10만~30만원씩 내는 ‘환경개선부담금’이 전액 환경개선특별회계에 귀속됨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이 돈의 일부만을 대기질 개선에 써 왔다는 점이다.
실제 수치 비교를 해 볼 수 있는 가장 최근 실적치인 2014년의 경우, 경유차 소유주가 낸 환경개선부담금은 무려 517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환경개선특별회계에서 실제 대기질 개선에 투입한 돈은 2014년 1370억원(26.5%)에 불과했다. 수도권 대기개선추진대책 763억원, 천연가스자동차보급 263억원, 수도권 외 오염심화지역 대기개선사업 179억원, 대기오염측정망구축·운영 165억원 등이다. 환경부는 지난 2013년도에도 경유차 소유주한테 5124억원을 걷었지만 1533억(29.9%)만 대기질 개선에 사용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미세먼지 대책 관련 부처에서는 환경부가 경유값 인상을 검토하자고 주장한 데 대해 “앞뒤가 안맞는 발상”이란 비판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타 부처 관계자는 “환경부가 자기 스스로 예산 편성을 할 수 있는 환경개선특별회계 운영을 구조조정할 생각은 하지 않고 경유에 세금을 붙여 예산을 더 받아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자기 문제를 남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예산은 자연환경보전 예산처럼 세입 없이 지출만 이뤄지는 항목도 많기 때문에 세입과 세출이 1대1로 매칭되기는 힘들다”며 “대기질 개선대책 일부가 중앙정부와 지자체 예산이 50 대 50으로 매칭되는 점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경유차 소유주가 내는 환경개선부담금이 바로 귀속되는 환경개선특별회계 뿐만 아니라 환경부가 배정하는 다른 특별회계를 모두 살펴봐도 대기질 개선에 쓰이는 돈은 경유차 소유주가 내는 돈보다 적다.
올해를 예로 들면 환경개선특별회계(1778억원)와 에너지 및 자원사업특별회계(2436억원)를 합쳐 총 4215억원이 대기질 개선에 투입된다. 환경개선특별회계에서는 수도권 및 수도권 외 대기개선추진대책이 1045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서 대기오염측정망 구축·운영이 211억원, 천연가스자동차보급이 152억원 순이다. 에너지 및 자원사업특별회계는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구축이 1485억원,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보조금 지원예산 463억원, 기후변화적응 및 국민실천 228억원, 온실가스관리 인프라구축 181억원 순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 돈을 모두 합쳐도 경유차 소유주들이 내는 환경개선부담금(5173억원) 보다 적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문제가 부각돼 환경개선특별회계 내의 대기관련 예산도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올해 예산도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산업기술원 등의 대기개선 관련 연구예산을 합치면 5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예산 가운데 대기질 개선 관련 지출 비중이 낮은 것은 절반이상의 예산이 토목 사업이 많은 물 관련 예산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올해 예산은 5조 6808억원으로, 상하수도 관련 예산이 2조 2000억원, 자연보전 4885억원, 수질보전 3905억원이다.
한편 환경부의 대기 관련 정책 예산은 대부분 노후경유차 교체 및 유해가스 저감장치 설치비 보조에 사용되고 있다. 운행경유차 배출가스저감사업, 저공해자동차 보급사업이 모두 국고50% 지원으로 이뤄지고, 천연가스자동차(CNG) 보급, 지자체 대기오염측정망 구축사업은 국비50%, 지방비 50% 비율로 시행되고 있다.
[조시영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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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단독] 환경부, 경유차서 걷은 돈 4분의 1만 대기질 개선에 썼다
- 입력 :
- 2016-05-29 17:31:01
- 수정 :
- 2016-05-29 19: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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